크래프톤 정글 게임테크랩 3기 중간회고 (6월)


6월에 작성했던 글인데 이제야 올립니다.
머쓱…


정보 전달 목적의 글이라기보단 개인적인 경험담과 성찰, 회고를 담은 글입니다.

드디어 테크랩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약 2개월 남았네요, 총 6개월 과정인 것을 감안하면 벌써 절반 이상은 훌쩍 넘게 달려온 셈입니다.

전부 다 하나하나 서술하지는 못하겠지만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난생처음으로 게임잼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별도 게임 엔진 없이 DX11 그래픽스 라이브러리만 사용해서 게임을 만들어야 했죠. 다음 주차부터는 엔진을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만들어 나갔습니다. 기초적인 컴퓨터 그래픽스부터 시작하여 게임 엔진의 근간, 코어(Core)를 이루는 여러 가지 주제들을 차근차근 구현해 나갔습니다. 중간에 두어 번의 게임잼이 또 있었죠. 자체 엔진을 이용한 게임 개발이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터지면 이게 내 게임 로직 문제인지 엔진 문제인지부터 확인해야 했다는….(…)

적어도 저에게는 매주가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테크랩에서 저를 포함해 서른 명의 아마추어 개발자들과 서로 지독하게(?) 얽히며 깨닫고 배운 여러 사실들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나라는 사람의 성향과 마인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입니다. 타인이 있음으로써 나 자신의 자아를 정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같은 원리로, 타인—29명의 아마추어 개발자들과 함께하면서 개발자로서 저 자신의 자아를 정의 내릴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개발자로서 나 자신에 대해서 파악했을 때, 제가 그리던 이상향적인 ‘프로 개발자’의 모습에 꽤 근접해 있어 기쁘기도 했습니다. 성향 자체는 어릴 때부터 그러하였지만 이제는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 실력도 성장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테크랩에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저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협업 경험과 개발자로서의 사회성이 부족했습니다. 사실 그간 협업은 적지 않게 해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경험들은 대개 아무런 기반 코드 없이 자유자재로 쌓아 나가는 개발이었으며, 구현해야 할 양에 비해 시간이 아주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했던 고민은 대개 문제 풀이를 위한 로직을 설계하고 구체화하는 일뿐이었습니다. 기반 코드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설계만 하면 무언가 턱 걸리는 일 없이 그대로 구현할 수 있었고, 과제 범위 한도 내에서 욕심을 더 낸다 한들 시간이 무리하게 초과되는 일도 없었습니다.

늘 문제 풀이를 시작하기 전 문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지만, ‘로직’ 그 바깥의 사항들—의존성을 갖고 있는 코드 베이스, 부족한 시간, 내 업무에 강한 의존성을 갖고 있는 팀원의 역할 등은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간 그것들이 문제가 된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그 사항들 또한 ‘문제 상황’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것이죠. 그런 면에서 전 테크랩에서 현실적인(?) 개발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료를 위해 나의 욕심을 타협하고 배려하는 마음 같네요. (저와 함께 팀을 하며 고생했던 팀원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갑니다…)

이와 관련해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제 성향이 이렇다 보니(?) 테크랩 3기 교육생들 내에서 일종의 밈으로 ‘연하님과 함께하면 개고생한다(정확한 워딩은 다르지만 암튼 이런 뉘앙스)‘라는 말이 꽤 널리 퍼졌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그 발언을 해서 저를 14주 차 내내 곤란하게 만드셨던 분은 저와 랜덤 팀 매칭에서 3번이나 걸리셨습니다(ㅋㅋㅋ). 교육 과정상 가장 힘든 주차들만 골라서 걸리셔서 저도 참 웃겼습니다. 다행히 마지막 게임잼은 아주 만족하신다네요. 그리고 저도 게임 기획이라든지 게임 스타일이라든지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게임잼이 끝나고 나서 저희 게임 굿즈도 자체 제작으로 뽑아드렸어요 후훗. (해당 발언 최초 유포자가 누군지는 비밀에 부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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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큘럼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14주 차만 하고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저희 테크랩 3기에서 코치를 맡으셨던 임창근 코치님께서 이 교육 과정을 기획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게임 엔진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 과정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보게 된다면 아마 꽤나 체계적인 순서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게임 엔진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 주제를 새롭고 즐거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한 주차의 내용이 이전 주차들에서 다룬 주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가끔은 ‘어! 이거 그때 다뤘던 아이디어다’ ….이런 반가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전 주차의 심화적인 내용이 연결되어 있었을 경우 그 반가움은 배가 되었습니다. 뭔가 제대로 공부했다는 뿌듯함이 있더라고요.) 물론 체력, 멘탈 관리를 잘 하지 못해 매 주제를 전부 몰입해서 공부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요… 참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무튼 중간 회고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